새벽의 혈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간밤에 잠을 설쳤습니다.

1년 동안 잊고 지냈던 그 녀석이 등장을 하여 새벽 세시에 한바탕 혈투를 벌였습니다.


네. 모기입니다

옥상에서 따라왔는지, 열린 창틈으로 들어왔는지, 뽀족한 침을 몰래 다듬은 채 나를 저격하려 밤새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새벽에 몸이 가려워 긁다 깨보니

잊고 있었던 '애애애앵~'하는 날카로운 고주파 음이 들립니다.

역시 녀석입니다.

정신이 바짝 들어 후다닥 일어납니다.

마침 저녁 산책길에 사 들고 온 살충제를 손에 들고 불을 켭니다.

서로가 은폐하고 대치하던 중 한쪽 벽 구석에 숨어있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새까맣고 날렵한 몸집의 바로 그 녀석입니다.

'칙칙칙..' 본능적인 반응으로 신속하게 놈을 제압합니다. 녀석이 침대 틈새 밑으로 이 떨어졌습니다.

보통은 놈의 사체를 발견했을 텐데 이미 적의 공격으로 가려워진 내 몸의 심각한 상태 때문에 적의 사체를 놓치는 우를 범했습니다.


통상 영화의 클리셰로 보면 이렇게 떨어진 적은 어느 조용한 곳에서 몸을 회복하고 다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오늘부턴 바짝 긴장해야겠습니다.


올해의 첫 전투는 기습공격을 당한 나의 피해로 마감합니다. 유월이라고 방심했습니다. 집 옥상 방수도 다하고 현관 등도 갈았지만 녀석의 이른 공격을 잊고 있었습니다.


녀석에게 당한 상처가 회복되는 대로 다시 체육관에 열심히 나가서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녀석과의 혈투를 이겨내려면 전완근의 반응속도를 키워놓아야 하니 말이지요.


새벽의 긴장된 전투로 잠을 설쳤더니 피곤합니다. 오늘은 기력 회복을 해야겠습니다. 아내에게 모기와 싸워야 하니 고기 좀 구워달라 하면 쫓겨 날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단잠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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