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그 역설의 이름이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햇빛이 강렬해지는 만큼 옥상에 심은 식물들이 쑥쑥 자랍니다. 저마다의 모습을 자랑하는 꽃들을 살펴보며 다니는데 어디서 축사 냄새 같은 꼬릿한 냄새가 납니다. 고양이가 똥을 쌌나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오는 무고한 고양이를 한번 째려봅니다.

가만히 보니 데이지 꽃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데이지 꽃은 이맘때 흔히 보이는 예쁜 꽃이지요. 마거릿과도 비슷합니다.

이탈리아의 국화(國花)로, 태양이 뜨면 고개를 들고 태양이 지면 고개를 내린다 하여 '태양의 눈'이라 불린다지요. '데이지(Daisy)'라는 말은 태양의 눈(Day's Eye)이라는 영어 단어가 변형된 것이라 합니다.


특히 냄새가 나는 건 샤스타데이지입니다.

왜 이런 냄새가 날까 하고 찾아보니 다른 꽃들은 꽃술의 수정을 위해 벌과 나비를 부르지만, 이 꽃은 파리를 부른답니다. 그러기 위해 파리가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는 게죠. 이 꽃의 냄새에 그런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악취는 풍기지만 꽃말은 평화와 희망입니다. 악취 속에서도 파리 무리 속에서도 세상의 평화를 빌고 희망을 두려는 마음일까나요.


꽃들에겐 그런 사연이지만, 사람들에게 데이지 꽃은 그저 눈으로만 보면 될 꽃인가 봅니다. 이름과 모양만 예쁜 꽃으로 말이지요.

샤스타데이지 한 송이 붓 끝에 올려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사는 세상 곳곳 번쩍이는 곳이 악취가 나는 이유도, 파리 같은 성가신 자들이 들끓는 이유도, 결국은 세상에 평화와 희망이 비치기 위한 역설적인 자연의 섭리라 위안하면서 말이지요.


자연에서 세상을 읽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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