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에 채워야 할 것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오늘부터 만 나이를 적용한다지요.

세상 모든 이들이 적어도 한 살씩은 젊어지게 되었습니다.

불로의 욕망은 인류 이래의 모든 이들의 욕구였지만, 요즘 같아선 불로가 뭐가 좋을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다들 일 년씩 젊어지게 생겼습니다.


원래 우리 나이는 엄마의 뱃속에서의 10개월을 나이로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엄마 뱃속에서 먹고 자며 들으며 깨우치는 시간을 사람으로서의 몫으로 인정하는 거지요.

그러니 태어나면 한 살입니다.


하지만 만 나이는 한 해를 꽉 채워야 한 살로 인정을 합니다.

온실 같은 엄마 뱃속에서의 시간은 인정을 안 합니다.

인고의 겨울을 이기고,

새봄의 싹을 틔우고,

뜨거운 태양빛에 익고 익어,

가을의 결실을 내고 잎으로 떨어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계절을 다 보내야 지혜의 나이 한 살이라는 계급장을 달아주겠다 하는 겁니다.


만 나이 적용이란 게 그렇게 그 시작점을 조정하는 작업인데, 뜬금없이 세월 다 보낸 사람들이 한 살씩 젊어지는 혜택을 봅니다.


물려주는 건 피폐해진 지구뿐인데,

남겨주는 건 오염될 바다뿐인데,

젊은이들의 미래에서 한 살씩 빼서 우리가 받는듯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만 나이 조정이란, 세월은 만滿으로 꽉 채웠지만, 지혜는 꽉 채우지 못한 불만不滿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에게 지혜를 채울 일 년의 기회를 더 준 것인가 보다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덤으로 주어진 일 년이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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