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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23. 2018

휘파람 - 이문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그대 떠난 여기

노을진 산마루턱엔

아직도 그대 향기가

남아서 이렇게 서있소

나를 두고 가면

얼마나 멀리 가려고

그렇게 가고 싶어서

나를 졸랐나

그대여 나의 어린애

그대는 휘파람 휘이히

불며 떠나가 버렸네

그대여 나의 장미여


사랑하는 그대

내 곁을 떠나갈 적엔

그래도 섭섭했었나

나를 보며 눈물 흘리다

두 손 잡고 고개

끄덕여 달라 하기에

그렇게 하기 싫어서

나도 울었네

그대여 나의 어린애

그대는 휘파람 휘이히

불며 떠나가 버렸네

그대여 나의 장미여


이문세 –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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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하는 자유로 한켠으로 길게 이어진 한강 줄기는 피곤한 운전길의 잠깐의 휴식이 되는 길입니다.

그 길은 내게, 파란 하늘, 저녁의 노을, 아침의 안개처럼 시간을 계절을 도란도란 이야기 해 주곤 합니다


요즈음의 자유로는 제게 철새의 노래를 이야기 해줍니다

요즘들어 부쩍 그 강둑으로는 계절을 따라 떠날 철새들이 까맣게 모여 앉아있습니다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같이 떠날 동료들을 불러 모으느라 분주한 날개짓들입니다.

이렇게 또 철새의 시간이 옵니다

이렇게 또 떠나가는 시간이 옵니다


그런 오고가는 시간을 스치며 문득 떠오르는 이문세님의 휘파람을 그려봅니다.

그대의 향기가 아직 남아있는 이 언덕에

얼마나 멀리가려고 나를 졸르며

휘파람 휘이 불고 떠난 그의 모습은

휘파람 소리 같은 저녁 바람에,

휘파람 소리 짙은 갈대밭 사이로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습니다

나의 어린애, 나의 장미 같은 그대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어느 이별이 아프지 않고

어느 이별이 쉽게 잊혀질까요

아픔은 남아 슬퍼하는 이의 몫입니다

휘파람 불며 떠나가는 그의 날개짓을 그리며

장미꽃 같은 빛을 가득 남기고 가는 그의 향기를 기억하며

오늘도 그렇게 시간은 우릴 떠나갑니다

오늘도 그렇게 계절은 우릴 지나갑니다


세상 모든 이별하는 아픈 마음을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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