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 안도현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흰 꽃잎이 작다고

톡 쏘는 향기가 없다고

얕보지는 마세요


그 날이 올때까지는

땅 속에다

꼭꼭

숨겨 둔 게 있다고요


우리한테도

숨겨둔

주먹이 있다고요


안도현 -감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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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지인에게 감자 한 박스를 받았습니다.

한 해 땅속에서 세월을 읽힌 굵은 감자 알들이 탐스럽습니다.


제법 센 비에 나들이도 번거로운 오늘, 감자도 까서 삶고, 프라이팬에 올려 기름에도 구워봅니다.

빗소리와 함께하는 감자 주전부리가 안성맞춤입니다.

뜨거운 감자 호호 불며 소금에 찍어 궁금한 속을 달래면서 안도현 님의 감자꽃 한 구절 그려봅니다.


그러게요.

이 감자는 한 세월을 견디고 나온 주먹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세월의 어두움을 기다리고 견딘 후, 그렇게 세상에 내어밀은 단단한 주먹입니다.


주먹이 근질거리는 요즘입니다.

세상에 내어지를 숨겨둔 주먹을 움찔거리는 요즘입니다.

그 한 주먹이 필요할 때,

그 한 주먹이 유효할 때,

냅다 내어 지를 겁니다.

그때까지 삶은 감자로 허기나 달래야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숨겨둔 한 주먹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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