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면 약과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종종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정도면 약과야' 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행이라 하기도 하고, 간혹 자기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기죽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득 그 다행인 '약과'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약과'가 다행일지 말이지요.

찾아보니 우리가 제사나 차례 때 먹던 그 달달한 '약과 藥果'가 맞습니다. 약과의 사전적 풀이에 보면 또 다른 의미로 '그만한 것이 다행임. 또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님을 이르는 말'이라 나옵니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엔 약과가 아주 귀한 간식이었답니다. 그러니 연중 제사가 끝나고 손님들이 귀한 음식인 약과를 먼저 먹어버리는 일이 많았다죠.

그렇게 남들이 와서 다 먹어버린 상황에서 '그 약과만 먹은 게 다행이다' '그 정도면 약과다'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집안의 다른 음식까지 축나지 않아 다행이었을까요? 딱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가 봅니다.


'그 정도면 약과'로 치부하면 안 될 일들이 자주 들립니다. 누구에겐 그 정도면 약과이겠지만, 누구에겐 그 약과가 가진 전부 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세상의 일들이 내겐 아주 큰 고통인데 다른 이에겐 그저 다행인 '약과'로 보여서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힘든 일도 생각해 보면 '약과' 정도의 견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내 아픔은 약과로 삼고, 남의 약과는 큰 아픔으로 보아주는 지혜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아픔에 달달한 약과 같은 치유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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