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풀들은 각자 자란다

그 낮은 곳에서도

그 습한 곳에서도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빛으로

나무를 보지않고

하늘을 보며 자란다.


풀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저 큰 나무가 천둥소리를 가려주고

저 큰 나무가 벼락을 막아주며

저 큰 나무가 폭풍우를 피하게 해 주리라고는


풀들은 스스로 자란다

무리 지어 서로 엉켜

제일 처음에 나고

제일 끝까지 자란다.

풀들은 스스로 자란다


풀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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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라가 민초들을 돌보아 줄 거라 생각되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득권들이 조금은 여유 있게 세상을 바라보리라 생각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좀 더 나은 이가 좀 더 어려운 이를 애틋이 바라볼 거라 생각하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순진한 이들은 매양 눌리고 당하고 어이없게 밀려납니다.

기득권의 득세는 하늘을 찌르고

설마 하는 기대는 매일 무너집니다.


다른 세상의 민초는 다르게 살아야 합니다.

다른 계절의 민초는 다르게 자라야 합니다.

이젠 스스로 돌보아야 합니다.

이젠 스스로 일어서야 합니다.

기대지 말고

지치지 말고

각자 잘 살아내야 합니다.


풀들도 스스로 자랍니다

나무에 기대지 않고

나무에 바라지 않고

비에 젖으며 바람에 휘어지며

풀들도 그렇게 자라 들풀이 됩니다.


스스로 일어서는 민초도

언젠가는 들풀로, 언젠가는 들불로 일어서 풀들 가득한 들판을 이룰 그런 시절이 있을 겁니다.


세상 모든 민초들의 끈질긴 삶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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