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견딘 우리에게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아무래도 날이 추워지면 바깥 활동이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이런저런 월동준비를 하게 됩니다.

옛날 같으면 광에 연탄도 들여놓고 겨우내 먹을 김장도 마무리하곤 하는 일이죠

그런 일은 줄었지만 그래도 겨울이 되니 자주 못 나가 볼 마당의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옥상의 나무나 꽃들도 잘 덮어두며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겨울은 안으로 들어오는 계절인가 봅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해 따뜻한 아랫목으로 발끝을 뻗는 계절이지요.


우리네 마음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희망하던 봄을 지내고,

세상을 녹일 듯 뜨겁던 여름의 태양과, 그 빛을 받아 영근 과일과 곡식이 풍성한 가을까지의 바쁜 마음과 어수선한 시간들을 이젠 정리할 시간입니다.

길어진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그간의 시간들을 조용히 돌아보며 다이어리의 뒷장을 정리할 수 있는 겨울입니다.


연초의 결심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이어리에 채울 일이 없어도 그만입니다.

이미 우리의 가슴엔, 지난한 사계절의 비와 바람과 산과 하늘을 온몸으로 맞고 견디어낸 한 줄기 짙은 나이테가 새겨져 있으니까요.


살아오느라,

살아 내느라,

올 한 해도 수고했습니다.

올 한 해도 애썼습니다.

모든 이들의 가슴에 새겨진 짙은 나이테 한 줄을 응원합니다.

그 나이테 사이로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로 - 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