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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0. 2018

잠수 - 유시명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유시명 - 잠수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잠깐 나온 유시명 시인의 '잠수'를 그려봅니다.


어린시절, 세수대야 한 가득 물을 떠놓고

얼굴을 반쯤 담그고 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한껏 숨을 참고 얼굴을 담그면

콧방울로 하나씩 새어나오는 공기방울이 얼굴을 간지럽히기도 했죠

흘낏흘낏 옆의 인기척에 귀 기울이다가

옆에서 더 이상 숨을 못 참고 고개를 드는 소리가나면 의기양양히 고개를 들기도 하고요.


그런 어린 시절의 한 때가 사랑과 오버랩됩니다.

그렇게 당신은 사랑에 얼굴 담그며

가볍게 사랑놀이로 물장난을 치지만

난 그러지 못한답니다.

당신에 빠져

사랑에 빠져

당신이 떠난 지금도

지난 사랑 찰랑이는 세숫대야를

양손으로 잡고

아직도 그 안에 잠긴답니다

어쩌면 그 세수대야는 사랑보다 눈물이 더 가득하겠지요.

깊어가는 늦가을의 토요일,

세상의 모든 가슴아픈 사랑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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