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유시명 - 잠수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잠깐 나온 유시명 시인의 '잠수'를 그려봅니다.
어린시절, 세수대야 한 가득 물을 떠놓고
얼굴을 반쯤 담그고 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한껏 숨을 참고 얼굴을 담그면
콧방울로 하나씩 새어나오는 공기방울이 얼굴을 간지럽히기도 했죠
흘낏흘낏 옆의 인기척에 귀 기울이다가
옆에서 더 이상 숨을 못 참고 고개를 드는 소리가나면 의기양양히 고개를 들기도 하고요.
그런 어린 시절의 한 때가 사랑과 오버랩됩니다.
그렇게 당신은 사랑에 얼굴 담그며
가볍게 사랑놀이로 물장난을 치지만
난 그러지 못한답니다.
당신에 빠져
사랑에 빠져
당신이 떠난 지금도
난
지난 사랑 찰랑이는 세숫대야를
양손으로 잡고
아직도 그 안에 잠긴답니다
어쩌면 그 세수대야는 사랑보다 눈물이 더 가득하겠지요.
깊어가는 늦가을의 토요일,
세상의 모든 가슴아픈 사랑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