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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2. 2018

어떤마을 - 도종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에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어떤 마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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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님의 어떤 마을이라는 시입니다


제 학교시절엔 교과서에서 이 시를 보진 못했는데, 요즘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시입니다만,

따뜻한 마음을 줄 이 시가 교과서에 실려 있다하니,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고,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을 파악하고, 후각적 표현 등등을 외우며 밑줄 그으며 시를 읽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한편으론 안스럽습니다.

시는 그저 읽는 사람의 마음대로 읽혀지는게 좋을텐데 말이지요.

 

요즘 부쩍 마음이 복잡합니다

사무실의 일도 뭔가 정리 안된 듯 어수선하고,

계절이 바뀌면서 미세먼지가 몰려오니 세상이 어수선하고,

겨울이 온다하니 이런저런 채비가 되었는지 마음도 복잡합니다.

마음이 심란하면 모든 일이 마뜩치 않죠

아침의 새소리도, 길가의 풀꽃도, 저녁의 노을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심란한 시기에 마음에

별바람, 새소리 들려오는 포근한 시를 한 편 읽어보고 그려보니 찌뿌둥하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여러분과 그 마을을 같이 가보고싶어 올려봅니다

 

그런 마을이 그려집니다

마음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드나들며 마주치는 눈길에 환한 웃음이 피고,

마을 위 하늘로 반짝이는 별들이

매일매일 포근하게 내려앉는

착한 사람들이 모인 그런 마을 말이죠

접동새 소리 별그림자를 물바가지에 담아 그 물로 밥을 짓는다니

그리하여 밥티 같은 별들이 굴뚝위로 내려앉으니 참으로 정겨운 마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마을에 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서로 손해보아도 아깝지않은 그런 착한 사람들끼리

서로 나누어주어도 고맙기만한 착한 사람들끼리

그저 인사하면 정겨운 착한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사는 그런 마을에 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을에 갖고싶습니다

그런 착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오늘은 이런 저녁 식사는 어떨까요?

밥티 같은 별들이 한껏 내려오는 저녁,

접동새 소리 별그림자를 한 바가지 가득 부어 쌀을 씻고 밥을 지어

둥근 달 반찬, 파란 하늘 국물,

갓 담은 김장김치 한 그릇 소담히 담아

착한 모습으로, 착한 마음으로 환한 미소가 함께하는

별 담은 저녁 식사 한끼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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