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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4. 2018

장미와 가시 - 김승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장미와 가시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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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주차장은 얕은 언덕 나무밑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워놓은 차는 비바람을 다 맞고, 요즘 같을땐 낙엽이 차 위로 한가득입니다.

매일 치우는것도 번거로워 그냥 다니다가

하루는 본네트에 많이 쌓인 나뭇잎이 시야에 거슬려 낙엽이며 가지를 치워냈습니다

그렇게 와이퍼 갚숙히 끼인 가지를 꺼내다가 그만 '앗 따거' 엄지 손가락에 가시가 찔렸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가시라서 가볍게보고 뺴다가 그만 가시가 잘려 점 만한 토막은 손가락에 박혀버렸습니다.

계속 거슬리고 지끈거렸지만 빼지도 못한채 며칠이 지나고,

오늘 손가락을 보니 통증은 사라졌는데, 남은 가시는 까맣게 손가락에 점이되어 있었습니다.


세수를 하면서, 검은 점이 생겨버린 엄지 손가락을 보면서, 문득 김승희님의 '장미와 가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몇년전에도  손가락을 찔리고 이 시를  그려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가시 많은 장미때문일까요

가시에 찔리면 이 싯구절이 떠오릅니다


시인은, 가시많은 우리네 삶에서도 장미를 이야기 합니다.

이리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거니 위안을 합니다


살다보면,

그 어찌 꽃길만 있을까요

그 어찌 햇빛만 비추일까요

비와 바람에 맞고 젖으며,

남들은 모르는 수많은 가시가,

내 몸에 가슴에 돋아나고 찔려있겠지요

그 가시를 매만지며,

그 흉터를 보듬으며

우린 또 생각합니다

이제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엄지 손가락의 작은 점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내 가슴에도 살아오며 찔린 가시에 수많은 점들이 생겨있을지도요.

그 점들은 그렇게 단단한 나이테가 되어가고 있을까요.

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다른이의 가슴에 찌른 가시는 없을까 반성해봅니다

여러분 모두의 멋진 장미꽃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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