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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은 쉬는 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2월이 벌써 다 지나갑니다.

올해는 그나마 하루 더 있는 달입니다.

양력으로도 윤달인 셈입니다.


윤달은 윤閏이라는 한자를 씁니다.

독특하게도 윤달은 양력에도 음력에도 다 있습니다.

지구의 공전과 일 년의 길이를 조정하는 건 동양과 서양 모두 같은 방법을 썼나 봅니다.


양력은 2월을 28일과 29일로 조정하였지만, 음력에서는 윤달이라는 시스템으로 무려 한 달을 한 번 더 넣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조들은 윤달은 쉬는 달이라고도 했답니다.

쉬는 건 사람뿐 아니라 조상과 귀신들도 다 쉬기 때문에 이 윤달엔 액이 끼는 궂은일을 해도 된다는 아주 합리적인 달을 끼워 놓았습니다.

윤달을 뜻하는 한자도 왕王도 문門 밖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일 안 하고 푹 쉬어도 된다는 뜻의 윤閏입니다.


올해는 음력으로 윤달이 없는 달인데, 문득 어느 나라의 권력자는 2월이 윤달이라고 점쟁이에게 듣고 문밖에 안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 보니 윤閏자의 사전적 뜻에는 '정통이 아닌 임금의 자리'라는 오묘한 뜻이 있는 한자입니다.


별뜻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진눈깨비 오는 흐린 오후, 윤閏자 한번 붓 끝에 얹어 봅니다


세상 모든 정통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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