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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 조병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아직은 얼어 있으리,

한 나뭇가지, 가지에서

살결을 찢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싹들

아, 이걸 생명이라고 하던가


입춘은 그렇게 내게로 다가오며

까닭 모르는 그리움이

온 몸에 쑤신다

이걸 어찌하리


어머님, 저에겐 이제 봄이 와도

봄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봄 냄새 나는 눈이 내려도.


조병화 -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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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지나고 봄 발자국이 저만치 가까이 온 듯 포근한 기온에 양쪽 겨드랑이가 간질거리던 게 엊그제인데, 느닷없이 눈발입니다.

밤새 내린 무거운 눈에 앞 마당 소나무 가지가 부러져있습니다.

창고에 넣어두었던 넉가래도 다시 꺼내 듭니다.


이럴 줄 알았습니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겨울이지요.

하지만 이미 이 눈에선 조병화 님의 시처럼 봄 냄새가 납니다.

이 눈엔 봄의 입김이 잔뜩 묻어있습니다.


그렇게 몸살을 앓으며

그렇게 가지의 살을 찢으며

봄은 옵니다

희망은 옵니다

당신의 미소도 함께 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기다리는 봄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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