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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것을 따라가는 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붓에 먹을 묻혀 화선지에 얹습니다.

그리고 붓 가는 대로 먹 가는대로 움직여봅니다.

일부러 획을 잡지 않고 일부러 구부리지 않으면서 내 손끝 마음대로 써 봅니다. 그러다 보면 내 글이 나옵니다

맘에 드는 글이 나오기도 하고, 어색한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 붓길은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붓 긑을 따라 그저 움직이는 게 일입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오전 일을 마치고 커피 한 잔을 따라놓고 멍하니 하늘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그 생각 속 한 줄기를 잡아 그 마음을 따라 글을 씁니다.

그렇게 연필 끝 가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특별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쓰는 글을 수필이라 합니다.

따를 수 隨 자를 써서 수필隨筆이지요.


따를 수隨라는 한자는 생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우리 생활에 많이 쓰입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이 종종 접하는 수의 隨意 계약이 그렇고요, 해마다 겨울 입시철 전 국민이 자주 듣는 隨時 모집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 대통령이 순방을 자주 나가서 익숙해진 단어 '수행원'의 수행 隨行도 그렇습니다. 따라다닌다는 말이지요.

이 隨는 주역에서도 택뢰수라하여 '바른길을 따름이 길하다'라는 의미의 괘로도 쓰입니다.


그 쓰이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면 전부다 옳은 마음으로 옳은 곳을 향해야 하는 일입니다.

글을 쓰는 일이나, 계약을 하는 일이나, 학교에 지원하는 일이나, 누구와 동행하는 일이나 전부 바른 마음으로 바른 일을 따라야 함이지요.


'바른 것이 이로우니 바른 것을 따르면 허물이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생각하며 붓 길을 따라 수 隨 한 획 그려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이 바른 세상을 따르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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