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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05. 2018

어린왕자와 보아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계절이 깊어갈수록 아침 기온은 차가워집니다

오늘은 제법 쌀쌀해진 온도입니다

새벽에 신문을 집으러 나가는 발바닥으로 뾰족한 겨울 기온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겨울 아침의 쩅한 바람은 정신을 바짝 들게하기에 제겐  기분좋은 온도입니다.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며 문득 어린왕자의 보아뱀이 생각납니다.

처음 동화책을 접했을때의 신선했던 기분이 떠오릅니다.

'먹이를 씹지않고 통 채로 삼키고, 그걸 소화시키느라 6개월은 꼼짝을 안한다'는 동화책의 글을 읽은 후, 그렇게 각인된

코끼리를 통 채로 집어삼킨 보아뱀의 그림은

오랫동안 제 기억속에서 함께하면서 나태해지고 무뎌지는 제 감성을 가끔씩 깨워주곤 했습니다.


정말 보아뱀의 식성은 어찌되는지 궁금해서 가끔 인터넷을 뒤적거려본 기억은 납니다만, 그에 대한 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걸 보면, 어쩌면 차라리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으로 있는것이 저의 감성을 자극해주기엔 더 좋은 동반자이기도 했지요.


그렇던 보아뱀 어느때부턴가는 잊고 있었나봅니다.

사막도 잊어버리고 사막여우도 잊고, 사막의 우물도, 소행성의 장미도 어느때부턴가 저 먼 기억속의이야기처럼 흐릿해져 있나봅니다.


그러다 문득 그 보아뱀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코끼리를 잡아먹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을수 있었던 내 기억속의 그 보아뱀은 요즘은 무엇을 잡아먹고 살고 있을까요.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보아뱀도 점점 먹거리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홍수때문에

더이상 코끼리를 먹이지도 못하고,

책상도 먹이지도 못하고,

비행기도 먹을수 없어진 보아뱀,

그 보아뱀은 지금은 무얼 먹고 있을까요

세월이 흘러가면서 버석거리는 제 감정의 습도에따라, 그 보아뱀도 점점 홀쭉해지

진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보아뱀 먹이나 구해봐야겠어요.

저 여의도 63빌딩도 먹여보고,

한강물도 마시게 해보고,

음, 눈앞에 보이는 국회의사당도 한번쯤 삼켰다 뱉어보게 하구요,

그동안 못먹었던 것들을 신나게 한번 먹여볼까요.

괜히 혼자 히죽거리며 상상의 그림을 그려봅니다.

보아뱀도 간만에 과식일텐데 배터지지 않게 조심시켜야겠어요


여러분의 마음 속 보아뱀은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요.

혹시 홀쭉해진 배를 보이며 배고파하지는 않나요?

오늘 저랑같이 보아뱀 먹이주기나 해 보실래요?


세상 모든 동심 속 어린 왕자와 장미 한송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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