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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다시 일월 18화

믿고 살아가는 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보일러를 교체할 일이 생겼습니다. 보일러들은 하필이면 겨울에만 꼭 말썽을 피우는 게 희한할 지경입니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적당한 모델을 주문하니 다음날 설치 기사가 왔습니다.

젊은 설치기사는 도착해서 보일러를 보더니 대뜸 추가 비용부터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배관 등의 부속을 갈아야 할 거다 하며 비용이 7만 원에서 10만 원이 더 나온다 합니다. 제반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인터넷 구매 조건인데, 예측 가능한 눈에 뻔히 보이는 상술을 부립니다.

어느정도의 추가 비용이 생기려니 예상하고 감안했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뒤통수를치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일을 시작도 다음 전에 마음이 상합니다. 설치에 대한 신뢰도 떨어집니다.


젊은 청년이 일찍 기술 배워서 일하는 건 좋아 보이는데, 정작 기술보다 상술을 먼저 배운 듯하여 내심 안타까웠습니다. 시비하느라 마음 쓰기 싫어 결국 추가로 비용을 더 쥐여주고 보냈습니다.

일단 고장 난 보일러는 교체하여 속은 시원한데, 세상의 상술에 상처 입은 마음은 한동안 따끔거립니다.


그저 서로 믿고 살만한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건지,

상식적인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건지,

이런 이들이 대부분은 아닐 거라 이야기하지만, 살다 보니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그렇지 않은 이를 만나는 게 오히려 행운이고, 귀한 경험이 된 세상인가 봅니다.

나의 하루도 들여다봅니다.

정작 이렇게 글을 쓰는 나도,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몰상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는지, 내 지나 온 발자국은 비틀거리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힘찬 발걸음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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