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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몽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무지몽매 無知蒙昧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는 것이 없고 어리석어, 사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라 사전에 나옵니다.


무지無知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아질 겁니다. 꼭 학교에서의 배움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의 경험치가 다 지식과 지혜가 되곤 하니 말이지요.

문제는 몽매蒙昧입니다.

몽매는 어리석어 사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식이 가득 찼더라도, 아는 것이 많더라도, 사리事理 즉, 세상의 이치를 모른다는 것이지요.

철이 바뀌는 걸 모르는 철부지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어차피 인간은 어리석음의 존재일겁니다.

그러니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성인들의 지혜와 가르침이 있어도 우리네 삶은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깨달음을 얻곤 하는 것이죠.


나태주 시인도 어리석음이란 시에 이리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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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년도 훨씬 전에 예수님

너무 쉽게, 알아듣기 쉽게 하신 말씀

감사하면서 살아라

기뻐하면서 살아라

용서하면서 살아라

그 말씀 너무 쉬워서

이천 년을 두고 저희들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삽니다


어리석음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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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스스로가 어리석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입니다.

자신의 지식만이 세상의 전부라 판단하고,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은 몽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가 이끌어야 한다고, 내가 무지몽매한 저들을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까지 합니다.

스스로의 몽매를 깨닫지 못하는 이런 삶이 바로 무지몽매함이라는 아이러니한 세상입니다.


그저 내가 어리석음을 알고, 그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 그것이 사리를 깨닫고 몽매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몽매함을 경계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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