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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15. 2018

정련 精鍊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정련 精鍊


금과 은이나 또는 금속을 다루는 곳에서보면,

금속을 한데 넣고 고온으로 끓여 냅니다.

이렇게하면 원하는 물질 이외의 불순물들은

걸러지게되는 과정이죠.

때론 뜨겁게 달군 쇠를 두드리기도 하고, 찬물에 넣었다 다시 달구기도 하는 방법도 쓰이죠.

이런 모든 과정이 금속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원하는 목적의 금속 형태를 만들기위한 정련과정이라합니다

천연섬유등의 불순물 제거 공정은 精練이란 단어를 씁니다

세상의 많은것들이  이런 정련의 과정을 거쳐 순수한 물질로, 또는 원하는 물질로 만들어지지요.


우리네 삶도 그러합니다.

살다보니 이런 저런 때가 많이 묻습니다

이런저런 작은 욕심들이 손끝에 발끝에 마음결에 묻습니다

알록달록 덮었던 화장들은 내 본래의 모습보다 더 화려해 보이기도 하여 점점 더 치장이 늘어납니다.

그리하여 이 겨울에,

한 해의 끝자락에서 들여다 본 거울속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의 낯선 내가 서 있습니다.

부끄러움과, 교만과, 욕심과, 두려움이 반짝거리는 낯선 이가 서 있습니다.


그 무거운 몸을 보며 정련의 시간을 생각해봅니다.

저 욕심들을 털어내기엔,

저 교만을 녹여 내기엔,

살집보다 더 두꺼워진 나태의 껍질을 벗겨내기엔 내게도 어쩌면 긴 정련의 시간이 필요할듯 합니다


끓여내던, 녹여내던

또는 담금질과 무두질을 해보던,

그리하여 껍질을 벗겨내고 내려놓아

조금은 가벼워진 몸으로,

고단한 세월의 흐름에 흔들리며 생긴

아문 상처와 흔적을 만져보며

거울속에 보여지는 화장을 지운 모습의 나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한해의 끝에, 세상 모든이들의 정련된 순수한 마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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