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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성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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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좀 냈습니다.

조바심을 좀 냈습니다.

이왕 올 거

어차피 올 거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게

스트레스의 날을 보내지 않게

빨리 왔으면 했습니다

오늘이라도 왔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이성부 님은 '봄'이라는 시에서 그리 이야기합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봄은 온다고 말이죠.

세상을 기웃거리다가,

눈 비비며 더디게 그렇게 오고 있다 합니다.

그러게요.

그 더딤이 아쉬워도

그 기웃거림이 야속해도

조금만 더 진득하게 기다려 봅니다

우리의 봄을

이 시대의 봄을

세상의 봄을 말이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따스한 봄이 도착하였기를 소망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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