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Dec 20. 2018

낮달 - 장옥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재취 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어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물끄러미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밝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여우비 그친 하늘에

성긴 눈썹처럼, 종일 달인 국솥에

삐죽이 솟은 흰 뼈처럼

  

장옥관 / 낮달

---------------------

살다보면 감춰지지 않는 서글픔이 있습니다

그럽디다.

두손으로 허우적거리며 덮으려해도

'종일 달인 국솥에 삐죽이 솟은 흰 뼈처럼'

그렇게 설움은 뾰죽이 어깨를 밀어 올립니다.

자괴감도 아니고 자책도 아닌 그 무언가가

그리 녹아서 섞이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로 너울거립니다


우리의 안 주머니 깊숙한 곳의 오래된 쪽지처럼

꺼내지않고 만지작거리던 설움들을,

소매 끝 한쪽 삐죽이 나온 솔기처럼

밀어넣어도 밀어넣어도 삐져나오는 헛헛함을

시인은 그렇게 낮달에 비춥니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즈음

낮달은 그렇게 하늘에 걸리고

주머니 속 손끝엔 헛헛한 설움이

구겨진 종이처럼 버석거립니다.

회색의 하늘 아래에서

세상 모든 아픈 영혼들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런닝셔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