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재취 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어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물끄러미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밝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여우비 그친 하늘에
성긴 눈썹처럼, 종일 달인 국솥에
삐죽이 솟은 흰 뼈처럼
장옥관 /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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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감춰지지 않는 서글픔이 있습니다
그럽디다.
두손으로 허우적거리며 덮으려해도
'종일 달인 국솥에 삐죽이 솟은 흰 뼈처럼'
그렇게 설움은 뾰죽이 어깨를 밀어 올립니다.
자괴감도 아니고 자책도 아닌 그 무언가가
그리 녹아서 섞이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로 너울거립니다
우리의 안 주머니 깊숙한 곳의 오래된 쪽지처럼
꺼내지않고 만지작거리던 설움들을,
소매 끝 한쪽 삐죽이 나온 솔기처럼
밀어넣어도 밀어넣어도 삐져나오는 헛헛함을
시인은 그렇게 낮달에 비춥니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즈음
낮달은 그렇게 하늘에 걸리고
주머니 속 손끝엔 헛헛한 설움이
구겨진 종이처럼 버석거립니다.
회색의 하늘 아래에서
세상 모든 아픈 영혼들의 평안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