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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31. 2018

묵은마음 버리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세밑 찬 바람에 뒷 마당의 나무 주위로 낙엽들이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움직입니다

낙엽은 이미 다 떨어지고 무성한 잔 가지들 사이로 작은 새들만 무리 지어 모여 있습니다.

연 초록 잎이 돋고, 무성한 잎이 피고, 그 잎이 지고 난 후 또 한 계절, 그렇게 한 해는 저물어갑니다

그렇게 나무는 한 해 동안의 햇빛과 비와 바람과 상처를 겪고 견뎌낸 짙은 나이테 한 칸을 더 하고 또 한 뼘 더 하늘로 올라갑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오늘 돌아보니,

한 해의 기쁨과 슬픔과, 행복과 아픔의 응어리들이, 때론 영양이 되고 때론 상처가 되어,껍질로, 옹이로 그렇게 나의 나이테 한 칸도 늘어나 있습니다.


새 계절을 맞는 나무가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떨궈내고 스스로의 나이테를 키워 봄의 새싹을 피우듯, 새해를 맞이하며 나의 마음에도 떨궈내지 못한 미련은 없는가 돌아봅니다.


한 해 동안의 근심, 한 해 동안의 걱정, 한 해 동안의 미련을 돌아보며,

털어내지 못한 욕심 한 주먹, 씻어내지 못한 분노 한 조각, 밀어내지 못한 부끄러움 한 꺼풀, 마음의 골마다 얹혀진 미련 조각들을 털어 모아 보따리에 담아봅니다.

그리 모여진 미련 보따리를 한 구석에 내려놓고 가만히 올 한 해를 보낸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군데군데 상처입은 내 자신을 도닥여 줍니다.

두툼하게 굳은 옹이를 쓰다듬어봅니다.

이 모든 상처가 그렇게 그렇게 익어가는 삶의 과정이라며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봅니다.

한 해 동안 애썼다고 안아줘봅니다.


올 한해,

우리 모두 애썼습니다.

우리 모두 수고했습니다.

살아내느라, 살아오느라 애썼습니다.

그렇게 나이테 한 줄, 옹이 하나 더해가면서 내년 봄날의 초록잎을 희망해봅니다.

떨궈진 묵은 마음은 올해 다 버려놓고 갑시다.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의 평화와 건강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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