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김사인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조용한 일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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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뜨거운 계절도 지나고,

추석 연휴도 지나고,

햇볕이 반가운, 선선한 바람 부는 하루입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다시 가게를 열고 손님을 맞고,

다시 책을 꺼내 열어봅니다.

다시 일상이 열립니다.

미뤄놓은 일들도 꺼내보고,

치워야 할 일들도 움직여보고,

그렇게 다시 움직여보는 오늘입니다.

버석거리는 부서진 마음 조각들은

한쪽 구석으로 조용히 쓸어 담아놓고,

가만히 앉아 계절을 느껴봅니다.


계절의 소리에 몰입하면 주변의 소음은 가라앉습니다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면 바깥의 소란은 잠잠해집니다.

​그 조용함 안에서

내 곁에 떨어지는 낙엽 한 장

내 뺨에 닿아주는 바람 한 결

내 마음에 담겨있는 그리움 한 쪽

그 모든 것에 고마운 하루입니다.

쓱쓱 걸레질을 해 닦아 낸 나의 곁에,

어느새 슬며시 와 앉아있는 고양이가 고마운 오늘입니다.

당신의 곁에도 그리움 한 조각 살며시 내려앉는 오늘이겠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곁에 평화가 함께 내려앉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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