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동해바다 /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멧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잦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다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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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많은 부작용 중 하나가 옹졸함인가 봅니다.
눈이 침침하고 다리가 뻐근한 신체적인 노화현상이야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고 생명체의 자연스런 과정이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마음속에 생기는 노화는 참 불편합니다.
들끓는 열정도, 무모한 자신감도, 세월의 지혜와 원숙으로 조금씩은 대체되려니 했는데,
그보다 더 빨리 몸에 배는게 옹졸함인가봅니다.
사소한 일에도 부르륵 마음이 끓고, 사소한 잘못에도 끌탕을 하면서 그렇게 나도 모르게 옹졸함이 내 거울에 비춰집니다.
어쩌면 그 모든 옹졸함은, 노화되는 신체들과 그와는 반비례해서 더 커져가는 지식과의 부조화에서 오는 짜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더 가관인건, 그 옹졸함의 척도가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는 게지요.
씁쓸한 끌탕을 하던 차에 신경림 시인의 동해바다를 읽으면서,
어쩜 그리 내 마음인지, 어쩜 그리 우리 모습인지 반가워하면서
‘나 혼자만의 옹졸함은 아니었구나’ ‘인생 선배님도 다 겪는 마음앓이구나’ 생각되어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자유로를 달리며 수시로 마음을 다스려봅니다
묵주기도를 하며 좁은 마음을 넓혀봅니다.
스스로는 다스리고 남에게는 널다란 푸른 동해바다가 되어,
오늘보단 내일이 조금은 더 여유로와지고 조금은 더 편안해지는 마음이길 기원해 봅니다
세상 모든 옹졸함의 해방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