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동 - 박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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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 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온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서 홀로 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렇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종암동 /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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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중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시를 들었습니다.

시 낭송을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무심코 듣다가 그만 덜컥하고 콧등을 맞았습니다.

턱 끝이 뻐근해지고 아파 왔습니다.

종암동이라 이야기 하기에 학창 시절의 종암동 골목을 떠올리며 방심하다가 그만 시인의 손 끝에 가슴이 쥐어졌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 짠한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야기와는 또다른 뻐근함이 있습니다.

섬세한 손길의, 애틋한 어머니들의 마음씀에 대한 아련함과는 다른,

알듯말듯 무심한, 보일듯 말듯 흐릿한,

그런 뜨거움이 있습니다.


이제와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 시절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은 그려집니다 혼자 따라보는 내 앞의 술잔으로

그 시절 아버지와 대작해도 될듯합니다.

아마 그때의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그때의 아버지의 어깨도 이리 무거웠을까요

의 아버지의 마음도 이리 헛헛햇을까요.


그렇게 세월은 돌고 돌아감을 이제와 이 나이에

이 세월에닫습니다.

세상의 모든 휘청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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