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작은 돌에 새기다가
그만 내 가슴을 쪼았다
짙게 음각된 이름
향기로운 계절과
우수의 한때
세월이
눈처럼 쌓이고
이름 위에 이제는
숨결이 살아
붉은 새살로
돋아 올랐다
전각 - 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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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도를 손에 잡지 않은지 한참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손끝에는 바각거리는 전각도의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사노라면이란 낙관을 찍을때면 돌을 깍아 글을 새겼던 그때의 두근거림이 떠오릅니다.
빈 돌을 볼때면 '조만간 글 한번 새겨야 하는데..'하는 마음이 들지만 좀처럼 전각도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어쩌면 돌에 글을 새긴다는것은 글을 쓰는것과는 또 다른 마음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서인가 문효치님의 전각이라는 시를 보고 전각도 대신 붓을 들어 글귀를 새겨봅니다.
살다보면 가슴엔,
잊혀지지 않는 많은 일들이 새겨집니다.
때론 도닥거리는 부드러움의 손길로,
때론 버걱거리며 살을 에이는 거친 힘으로,
그렇게 우리 가슴엔
세월이 새겨집니다.
돌조각이 튀고,
손끝이 무뎌지며
그렇게 새긴 날카로운 세월에도
이젠 뭉툭한 살결이 돋아 오릅니다.
이제는 그 세월위로 새 살이 돋아
지난한 시간들은 저 깊은 가슴속으로 묻혀갑니다.
올 한해,
또 새로운 이름들이,
새로운 세월들이 가슴에 새겨지겠지요
올해는 어떤 바람이, 어떤 빗줄기가
가슴속 전각 조각들을 씻어줄까요.
올 한해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가슴에 아로 새겨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