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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1. 2018

마음 나누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주말 동안은 참 좋은 날씨였습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보이고, 맑은 공기를 담은 맑은 바람이 불어와 어디에 서 있어도 상쾌한 날씨였습니다.

서울까지는 꽤 먼 거리인 집에서도 서울의 북한산 자락이 선명히 보이는 걸 보면 쾌청한 날씨였던건 맞네요.


원래 우리나라의 봄은 항상 이런 날씨였었는데, 자라면서는 보았던 봄은 매일 이런 느낌의 봄날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날씨가 새삼스럽다는게 한편으로는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번 휴일 동안은 좋은 날씨를 만끽하면서 푹 쉬었습니다.

멍하니 앉아 차 한잔 하면서 새소리 지저귀는 오후를 즐기기도 하고,

천천히 앞마당 산책도 해보고, 여유있게 화선지에 글씨도 써봅니다.


짙은 묵향과 함께 먹을 찍고, 붓끝을 화선지에 올리면서 좋은 글귀를 적어보며 작업을 하는 그 시간은 제겐 참 고마운 힐링의 시간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다양한 종이에 쓰게 될 기회가 많죠.

화선지부터, 복사지, 연습장, 신문, 옷 가지며 다양한 모든 곳이 제게는 글터이고 글판이 됩니다.

모든 재질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표현을 보여주곤 하죠.

같은 화선지라도 종이 종류에 따라 먹의 번짐이 달라지고, 나타나는 글의 형태가 달라지곤 한답니다.

새로운 재질의 종이에 붓을 찍어 먹이 번지는 그 순간은 묘한 기대감이 생깁니다

기대만큼 멋진 번짐과 흐름이 나올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종이의 질감에 제 붓 흐름이 적응을 못하는 때도 있지요.

그렇게 계속 새로운 만남을 할 수 있음도 또 하나의 즐거움일겁니다.


사람들의 만남도 그러할까요.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진, 각자의 마음 결을 가지고 있는 우리이기에,

화선지마다 먹의 번짐이 다르듯

우리들의 마음도, 마음을 건네고 마음을 받는 모습이 다 똑 같지는 않을겁니다.

건네 준 마음을 받는 방법이나 그 마음에 대한 표현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거지요


그러기에 우리가 살면서 이해 못 할 사람사이의 일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우리 모두의 마음결이 다르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모두가 내 맘 같지 않은 것이고

모두가 내 결 같지 않은 겁니다.

또 유난히 맘에드는 결도있고, 이유없이 싫은 결도 있겠지요.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만나고 대하면서

처음 만난 화선지에 먹을 찍듯, 그렇게 새로운 마음의 결과 새로운 번짐을 경험하게 되겠지요.

어쩌면 그렇게 새로운 마음 결을 만나고, 다른 마음에 먹을 찍고, 다른 번짐을 겪어보면서,

획일적이고 틀에 박힌 사람살이가 아닌,  더욱 멋지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세상살이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또 어떤 마음결에 제 붓을 찍어 볼런지요,

어떤 붓 길이 제 마음에 획을 그어 올런지요

당신과 내가 어떤 묵향을 피어 낼런지요.

신선한 설레임 담아 여러분의 가슴에 조용한 평화의 붓길 한 획 그어봅니다.


세상 모든 가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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