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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22. 2019

아니다 이대로가 맞다 - 이희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아니다, 이대로가 맞다 -  이희중

내가 자주 자고 노는 산마을에서

신작로까지 십 리 길

차로 가면 십 분

맞은편에 차가 오면

길가로 바짝 붙거나 뒷걸음쳐 비켜야 하고

자전거보다 느린 경운기를 오래 따라가야할 때도 있지

손님들은 이 멀고 좁고 험한 길을,

이런 길을 그냥 두는 세상을 쉽사리 탓하지만

나도 출근 시간 중 몇 분, 고 짧은 시간이 자주 아쉬웠지만

어느 오후 햇살 받는 들길에서

걷는 듯이 차를 몰다가 원히 알게 되었네,

길은 이대로가 좋음을

들길을 지나는 시간은 풍경과 얘기하는 시간

너르고 고른 길을 앞만 보고 차로 달리면

삼분도 넉넉하겠으나 그러면 걸어가는 사람의

한 시간은 영영 짐작할 수 없겠지

다시 올 볕 좋은 날

나는 운동화 끈을 조이고 집을 나서

신작로 옆 할머니 구멍가게에 눈깔사탕 사러 다녀오리

한두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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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중님의 ' 아니다 그대로가 맞다'라는 시에

구멍가게 그림으로 유명한 이미경화가님의 그림을 모사해서 그려넣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한 풍경, 또는 어느 한적한 구석길의 작은 길을 보면서,

삼분만에 스쳐갈게 아니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내 삶의 기억속에 그려질,

그럴 포근한 풍경을 생각해 봅니다.

그 시에 어울리는 이미경화백님의 그림을 흉내내며 같이 얹어 봅니다.


눈을 뜬 아침부터 잠 드는 한밤중까지,

그렇게 바쁘게 우리는 달려갑니다.

허겁지겁 아침 출근에, 등교에,

시간을 다투며 밀려오는 메일에, 알람에,

정신없이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이면,

오늘 하루가 어찌 지났나 모르는 날들이지요.

내가 마주친 사람은 누구였을지,

내가 지나간 길은 어디였을지,

내가 이야기한 사람은 어떤 표정이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 날들입니다


무얼 위해 우린 이렇게 달려갈까요

무엇을 위해 이리 바쁜걸까요.

오늘은요,

잠시만 저만치 봄이 다가온 주변을 돌아볼까요

잠시만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올려다 볼까요

길 가에 민들레는 피어났는지,

집 앞 마당 나무에 올라온 꽃은 흰색인지 노란색인지,

골목을 졸며 걸어가는 고양이가 검은색인지 줄무늬인지,

회색 나무에 올라온 잎들이 연두인지 초록인지,

뾰롱거리며 들려오는 새소리가 어제의 그 새인지 한번 돌아볼까요.

잠시 멈춰볼까요

잠시 걸어가는 시간의 발자국을 들어볼까요.

오늘은 운동화 끈을 매고,

저 앞 구멍가게를 찾아 눈깔사탕 사러 한 두시간 돌아볼까요.


세상 모든이들의 숨쉬는 여유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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