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장 아끼던 씨앗을 바람에게 건네주며
아주 멀리 데려가 단단한 땅에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시영 -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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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말랑해지는 땅에선
민들레의 새순이 제일 먼저 밀고 나옵니다.
뾰족이 내밀은 새 순에선 어느새 민들레 씨송이가 소담스레 흰 깃털을 흩날리고,
어느 바람 좋은 날,
그 따스한 바람에 남녘의 소식이 묻어 오는 날,
민들레는 몸을 털어 씨앗을 날립니다.
그리고 바람에게 이야기 합니다
'아주 멀리 데려가, 단단한 땅에 심어 달라' 고 말이죠.
깊고 짙은 작별의 이야기 입니다
긴 겨울을 인내하고 나옴도 이 순간을 위함이겠지요
그리하여 그리 담담히,
그리하여 그리 무심히
또 씨앗을 날려보냅니다.
봄은 그렇게 작별의 시간일까요.
세상 모든 작별 뒤의 희망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