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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01. 2019

만우절 거짓말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어린 시절엔 뻥튀기 장수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골목으로 이어진 마을중에서, 조금은 넓어진 어느 골목에 자리를 잡고,

고소한 냄새와 함께 웅성 웅성 아이들이 모인 곳을 가면,

아저씨는 묵직한 포탄같은 쇠로만든 통을 불에 달궈 돌리고있고, 모인 이들은 언제일지 모를 그  긴장된 시간을 기다립니다.

이윽고 아저씨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 뻥이요 뻥!' 하고 소리치면 다들 귀를 막고 물러서며 뻥!!하고 하얀 연기와 함께 터져 쏟아지는  뻥튀기를 구경하곤 했지요.

놀거 없고 볼거없던 그 시절엔, 뻥튀기 아저씨의 큰 외침은 조용한 골목에 신선한 구경거리고 볼거리였었지요.


그런 뻥튀기 기계도 어느덧 사라지고,

고소한 뻥튀기 맛이 밍밍해 질 즈음부턴,

뻥이야!! 하는 외침보다 뻥치시네 ~하는 말들이 주변에선 더 자주 들렸나 봅니다.

고소한 뻥튀기가 거짓말의 대명사 뻥으로 바뀌고,

시시한 뻥으로 놀리고 웃음짓던 세월도 흘러,

뻥보다 몇배나 더 부풀려지는,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같은 사건들이 우리의 자극을 무디게 만들어 버린 요즘입니다.


뻥튀기가 맛나던 시절엔,

장난꾸러기의 뻥이 깔깔거리게 하던 시절엔,

만우절은 신선한 카타르시스의 날이었지요.

하지 말라던  거짓말이 허용되는,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순진한 눈빛때문에

금방 거짓말이 탄로나더라도,

순진한 일탈이, 용서되는 금기가 허용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만우절이 새롭지 않아진 지금.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만우절이,

어쩌면 그 옛날 뻥튀기 아저씨의 뻥튀기 기계만큼이나 낯선 느낌이 드는 이유는, 만우절의 거짓말보다 더 진하고 강한 거짓말들이 일년 내내 우리 눈과 귀를 자극했기 때문일까요.


그 시절의 거짓말이 그립습니다.

그 시절의 만우절이 그립습니다.

거짓말 한 마디에 다들 허물없이 깔깔댈 수 있었던,

그저 짜증 한번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그 시절의 거짓말들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뻥튀기나 한 보따리 사 먹어 볼까요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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