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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09. 2019

와불 - 부처님 오신 날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이번주 일요일이 초파일입니다.
가끔 부처님 닮은 마음도 그려보려 하긴 했는데,
오늘은 문득, 와불님이 생각납니다.

와불님을 생각하면,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왔다는,
그리하여 바람부는 날 풍경소리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인줄 알라던 정호승님의 싯구가 먼저 떠오릅니다.

먹을 묻혀 와불님을 모셔놓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 다니던 어느 절의 대웅전,
쭈뼜거리며 따라 들어가 바라본 커다란 금빛 좌대위에 앉으신 부처님의 모습은,
온화한 모습이긴 했지만, 어리고 작은 내게는 커다란 압도적인 존재로 기억되곤 했습니다.
더구나 엄숙한 대웅전 안의 목탁소리와 꽤 오랜 시간으로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기다리던 시간속에서 기억되는 부처님은 꽤 가까워지기 힘든모습이었을겁니다.

그 반면에 우연히 마주한 와불님은, 그런 엄숙한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투박한 옷에, 평화로운 미소에,
더구나 누워서 바라보시는 와불님의 모습은
토닥토닥 지친 다리 쉬고 가라는 고향집 할머니의 다정한 손짓같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연유로 와불님을 그리 눕혀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전해져 오는 전설속의 이야기에선,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했답니다.
그 새로운 세상까지는,
새로운 날까지는,
와불님은 편안한 미소로,
우리의 속세의 짐을 대신 안으신채로,
그저 세상에 평화와 자비를 뿌려주시며 그리 누워계시나 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생각하면서,
세상 만물에서 깨달음을 얻게 해주시는,
베푸는 자비와 내미는 평화의 기쁨을 알게 해주시는,
와불님의 편안한 미소를 생각해봅니다.

세상 속 불가의 모든 마음들의 성불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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