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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4. 2019

장미와 가시 - 김승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장미와 가시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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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누운 조용한 시간,
손 끝으로 삶을 돌아봅니다.
뾰족, 가시 한 올.
손끝에 만져집니다.
세월을 영글어,
시간을 모두어,
그리 삶의 가시 하나 돋아냅니다.
이 가시가 장미가시이길,
그리하여 어느 유월 햇살아래
빨갛게 피어난 장미꽃이길,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만져보며
소망해봅니다.
애썼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당신의 빠알간 장미꽃이
자랑스럽습니다.

세상의 모든 돋아나는 가시들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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