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장미와 가시 -김승희 =============================
돌아와 누운 조용한 시간, 손 끝으로 삶을 돌아봅니다. 뾰족, 가시 한 올. 손끝에 만져집니다. 세월을 영글어, 시간을 모두어, 그리 삶의 가시 하나 돋아냅니다. 이 가시가 장미가시이길, 그리하여 어느 유월 햇살아래 빨갛게 피어난 장미꽃이길,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만져보며 소망해봅니다. 애썼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당신의 빠알간 장미꽃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