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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8. 2018

별헤는 밤 - 윤동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오랜만에 윤동주님의 별헤는밤 전문을 써봅니다

언제 읽어도, 언제 써 보아도, 가슴에 들어오는 마음은 또 새롭고 따뜻합니다.


각각의 계절의 별 밤중에도 이 봄의  밤은 또 다른 새로움을 줍니다.

오늘은 달도 휘영청 걸려있습니다

쨍하게 푸른 밤하늘에

시리도록 반짝이는 별들,

어쩌면 이  밤도 윤동주 시인님의 별헤는밤에  어울릴거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계절은 깊은 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다시 여름으로 그리 흘러가고

그 별밤엔 수많은 우리들의 그리움도 따라 걸립니다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세상의 모든 그리운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로운 밤이되길 별과 함께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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