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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10. 2019

처음이니까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전시회 일정이 한참 먼 줄 알고, 여유 부리고 유유자적하고 있다가 작품 준비되었냐는 연락에  놀라
허겁지겁 달력을 봅니다.
더위 탓이라고, 날씨 탓이라고
애써 제 멍한 머리를 달래줍니다.
그러게요 이래도 저래도 안될 땐 날씨 탓으로 해버리자고요.

그런 뜨거운 날씨의 멍한 시간 속에
'처음'에 대해 생각해보며 한 글자 적어봅니다

기억나나요,
자전거의 첫 바퀴를 돌리던 때가,
기억나나요,
아이가 첫걸음을 떼던 때가,
기억나나요
사랑하는 이와 처음으로 손을 잡던 날이,

그렇게 우리에겐 처음이 있었습니다.
세월의 바람에
그 처음의 두근거림이 습관 속에 둔감해지고
거듭되는 실수들은
날카로운 질책으로 모여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다 잘할 줄 알았죠
그 첫날 이후로는,
다 잘 될 줄 알았죠
그 첫 시작 이후로는,
하지만 세상이 그리 쉽진 않더군요
첫 시작의 두근거림보단
긴 여정의 고단함이
오르막길의 피곤함이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우리 발목을 무겁게 하곤 하지요

세월의 무게에 멈칫하는 우리들
아픔의 불안에 주저하는 우리들
괜찮아요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잘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잘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서툴렀던 처음을 기억해봐요
어차피
오늘은 우리 모두 처음이니까요

세상의 모든 첫걸음의 두근거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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