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떤 날은 어찌해도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습니다 어찌 칠해도 맘에 안 드는 날이 있습니다
그 반면에 어떤 날은 술술 잘 쓰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려도 뭔가 뿌듯한 멋진 그림이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멋진 글과 뿌듯한 그림을 뽑아내기 위해선 부지런히 연습을 해야 하는 게지만, 그래도 그런 날은, 뭔가 술술 쓰이고 그려지는 날은, 황경신 작가의 말처럼 행복한 날일 겁니다.
글이 잘 쓰이던 안 쓰이던,
그림이 잘 그려지던 안 그려지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저 혼자 뿌듯하고 혼자 흐뭇한 그런 행복한 날일 겁니다.
글과 그림만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네 삶도 그러할 겁니다 아침부터 하는 일마다 걸리적거리는 날도 있고, 뭔 수를 써도 안 풀리는 날도 있는 반면, 가는 길마다 초록 불로 바뀌어주고, 꽉 찬 주차장을 가도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주기도 하고요. 기대하지 않아도 일이 술술 풀리는 그런 날도 있지요. 그런 날은 행복한 날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삶에 어찌 매일 행복한 날만 있을까요. 잘 안 풀리는 날도 반이고 또 그런 잘 안 풀리는 날이 있어야 잘 풀리는 날이 행복한 게고, 행복한 날이 있어야 안 풀리는 날에 잠시 멈추고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우리들 삶의 이치일까 봅니다.
어쩌면 우리들 삶도 풀리던 안 풀리던 살아가는 이 자체가 행복일지도요.
그래도 오늘 하루는, 여러분 모두의 날이 뜬금없이 신호도 잘 풀리고, 뜻하지 않게 주차장 자리도 나고, 고민했던 일이 스르륵 해결되고, 먼 데서 그리운 이의 전화도 받는, 그런 행복한 날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