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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8. 2019

훌쩍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훌쩍
떠나봅니다
팽팽히 당기던 활시위를 놓고 나서
손아귀의 뻐근함이 사라질 즈음,
옅어진 초록의 가지 사이로
아침의 새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지는 노을 얼룩지는 새털구름 사이로
당신 닮은 그리움도 흐릿해질 때,

훌쩍
떠나봅니다
붓 하나 물감 한 줄 챙겨 넣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그저 길 열린 대로
아무런 계획 없이
아무런 기약 없이
그렇게 훌쩍 떠나봅니다

이 길의 어느 골목에서
작은 풀꽃 하나 볼 수 있다면,
이 길의 어느 그늘 아래에서
작은 발자국 하나 그릴 수 있다면,
어느 해 지는 바닷가에서
짧은 기도 한 마디 드릴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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