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를 흉내 내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
소노 아야코 에세이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 ------------------------------- 붓을 잡고 먹을 적시면서 캘리그래피를 한지도 꽤 오래되어갑니다 매일매일 한 글자씩은 써 보려 한 것이 이젠 습관처럼 매일매일 붓을 들게 됩니다.
캘리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요즘은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무협지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강호에 숨은 고수들이 엄청 많은 게지요. 아직 배울게 많은 저이기에 많은 분들의 글을 보면서 감탄하고 따라 써 보기도 하고, 자극받아 또 분발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의 글과 그림을 습작으로 따라 해 볼 때면 항상 '모사' '인용' 'inspired by...'등을 표기하고 출처를 표기해주는 게 예의이기도 하고요
최근에 어떤 캘리그라퍼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해서 자기 작품인양 이름 쓰고 낙관을 찍어 전시회까지 한 사람 때문에 속상해하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모사라기보다는 거의 복사 수준인 도용 사건을 보면서 그 후의 진행은 어찌 되었나 모르겠지만 참으로 씁쓸한 일이었죠. 캘리그라피 뿐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에, 심지어는 논문에까지 이런 모사나 도용이나 카피로 인한 다툼이 종종 이야기되곤 합니다. 심지어 아직 졸작인 제 글도 가져가서 낙관만 지우고 쓰이기도 하고 본인 글이라 한 이도 있으니, 어쩌면 모방은 손쉽게 타인에게 내보여지고 싶어 하는 우리들이 가진 속마음일지도요. 저 스스로도 제가 쓰고 그리는 그림이 혹시나 은연중에 다른 곳에서 본 글과 그림을 차용 하지나 않았을까 가능하면 기억을 되짚어 보려 하고는 있습니다만 세상의 그 모든 모사와 도용은 막기는 어려움 일이라 생각도 듭니다
도용이나 모사를 하던 당하던, 그 행위나 결과에서 가장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 마음가짐이 바로 오늘 소개드린 구절,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자기다울 때, 자신의 글을 쓸 때, 자신 스스로의 작품을 만들어 낼 때가 가장 빛나는 것일 겁니다. 스스로의 마음의 눈으로 볼 때, 누군가를 흉내 내고 비슷해지려 했다면, 다른 무엇인가를 따라 했다면 , 그 순간 그것은 자신의 글이나 작품이 아닙니다. 그저 흉내 낸 연습작일 뿐이죠. 다른 사람이 몰라도 상관없어요. 자신은 알게 되니까요 그것이 양심이고 염치인 것이죠.
세상이 발전하는 원동력은 모방이라 생각합니다 닮아가고 따라가는 것은 우리의 삶의 기본적인 모습일 겁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모방으로 연습하여 더 나은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려 하는 것이죠.
우리 모두의 한 획은 자신의 마음을 담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자신의 빛나는 삶을 보여주는 그런 붓 끝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