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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8. 2019

인생의 첫 단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화창한 토요일입니다.
가을이 왔다 하지만 아직 한낮의 빛은 뜨거워서
빛이 필요한 세상에 마지막 여름의 빛을 전해주는 듯합니다

지인의 아이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첫걸음을 시작하는 청춘들입니다.
형식도 많이 자유스러워지고,
당사자들의 표정도 훨씬 좋아진 요즘의 결혼식이지만,
매양 이런 결혼식을 볼 때마다 나의 저 때는 어떠했나 잠시 오버랩을 해보곤 합니다.

결혼식장 식당에서의 수다는 여전합니다.
결혼식을 보고 식사를 하며 지인들끼리의 수다가 한참입니다.
아이들 안부부터, 지인들의 안부를 묻다가
급기야는 각자의 옛날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매양 이런 모임에서만 듣는 예의 그 레퍼토리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도 점점 나이 들어가고, 그 시절을 보는 마음들도 사뭇 달라지는 듯합니다.

누구에겐 그 첫 단추가 행복함의 사작이었고,
또 누구에겐 그 첫 단추가 꿰지 말았어야 할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야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기에,
단추를 채우고 푸르기를 수십 년,
세월을 보낸 후에야 이렇게 인생을 돌아보나 봅니다.

흔히들 인생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꼭 첫 단추가 잘 꿰어져야만 하는 일은 아니기도 합디다.
단추를 풀고 살 수도 있고,
단추가 없는 옷이 더 편할 수도 있고
잘 꿴 단추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아니라
언젠가 잘못된 단추를 바로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아닐까 합니다.

첫걸음을 하는 푸릇한 청춘들을 보면서,
그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면서,
부디 그들의 여정에 함께하는 지혜와 용기가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세상 모든 단추와 단추 구멍의 아름다운 공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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