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Oct 02. 2019

귀천 - 천상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 귀천

===========================


그간 써 온 많은 포스트 중에 천상병 님의 귀천은 독자님들이 꾸준히 사랑해주시는 글귀 중 하나입니다.
포스트 메인에도 자주 올라 덕분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계십니다.
귀천은 몇 번 써 보았지만, 올려져 있는 글귀에 오타도 있고 해서 마음먹고 다시 그려봅니다.

이 가을은,
이 시월은,
귀천이 어울리는 계절이라 생각이 드는 이유는
끝없이 맑고 파란 하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짙은 저녁노을 너머 저 위로,
이 곳에서의 아름다운 소풍 마치고
내가 돌아갈
내가 올라갈
그 하늘이 더욱 짙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파란 하늘을 보며
나의 오늘의 소풍을 생각해 봅니다
그저 그렇게 놀다가는 소풍인데
손에 잔뜩 움켜쥐고
가슴에 한껏 눌러 담아
무겁게 힘겹게 뛰고 있는 건 아닐지
거닐며 흥얼거리며 놀다 갈 소풍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천상병 님의 귀천을 그려보며
노을 짙은 하늘을 올려보며
내게 온 하루를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영혼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