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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 장석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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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대추한알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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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님의 대추 한 알을 그려봅니다.
원 시는 맨 끝에 초승달 몇 낱인데 몇 날로 잘못 썼습니다.
다음에 다시 잘 써보도록 하죠.

대추 한 알 익기에도
그리 세월이 들어갑니다.
태풍과 천둥이 벼락이,
무서리가
땡볕이
초승달이
그 안에서 익어갑니다.

대추 한 알이 그럴진대,
우리네 삶은 어떠할까요.
걸음마하던 그 시절부터
황혼의 저녁까지
숱한 태풍이 벼락이 천둥이,
지난한 무서리와 땡볕과 초승달이,
빨갛게 우리 삶을 익혀왔습니다.

세상 모든 바람이 우리를 익게 합니다
세상 모든 빗줄기가 우리를 크게 합니다
세상 모든 계절의 빛이 우리를 키워 줍니다.
어느 삶 하나
저절로 익어 자라온 삶은 없을 겁니다.
세상의 모든 삶의 지난한 인고의 시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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