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 강아지 따라다니듯.. 이란 속담이 있답니다. 원 속담 뜻은 어디든 귀찮게 따라다니는 모양을 나타낸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귀찮은 게 아니리 1순위로 챙기는 식구이겠지요. 제가 키우던 몽실이도 이 집에 이사올 때 따라와서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잘 살았으니까요. 이제 남은 고양이 녀석도 이사 갈 곳에 잘 적응할지 걱정입니다.
얼떨결에 이사 날자가 잡히고, 갑자기 서둘러지게 되었습니다. 짐을 정리하느라 갑자기 정신이 없습니다 자연의 경치를 흠뻑 느끼던 외딴곳 단독 주택에 있다가 작은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니 여러 가지로 복잡합니다. 잔뜩 늘어놓았던 짐도 거의 대부분을 치우던지 버려야 하고요, 이사하려 짐 쌀 때가 되어서야 구석에 놓았던걸 풀어보게 되기도 합니다.
짐을 싸면서 참 많이도 이고 살았구나 싶습니다. 보지도 않는 것을, 쓰지도 않는 것을, 언젠간 쓰겠지 한 게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아, 저와 같이 세월만 늙었습니다. 공간만 차지하며 세월이 덕지덕지 내려앉습니다. 버리고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움직이는 곳에선 제발 새로 물건을 안 들여놓아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짐을 정리하면서, 한편으로 내 마음속에도 이만큼의 묵은 짐이 쌓여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음이 울적한 이유는,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갱년기 여서도 아니고, 우울해서도 아니고, 어쩌면 마음 구석구석에 버리지 못한 마음 보따리가, 치우지 못한 열어보지도 않는 마음 보따리가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참에 이삿짐을 옮길 때, 묵은 짐과 함께 묵은 마음도 훌훌 털어 보내 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사 관계로 내일과 모레는 휴재를 해야겠네요.
이사하고 나서 새로운 마음으로 붓을 들어보겠습니다 세상 모든 마음들의 가벼워짐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