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한파가 있었으니 겨울비일까요. 이 비에 낙엽마저도 아래로 다 내려앉고 가지들은 다시 인내의 계절을 맞이합니다.
나무 가득하던 꽃들도, 숲에 가득하던 꽃들도 이젠 다 떨어지고 그 자취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벌거벗은 계절을 우리가 슬퍼하지 않는 것은, 또 봄이 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고, 또 꽃이 필 것을 알기 때문이고, 꽃이 진다고 꽃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계절 따라 우리 마음도 스산한 바람이 붑니다. 때론 이 가슴에 감기도 걸리고 때론 이 가슴에 열병도 앓습니다 하지만 외로운 가슴이라도 슬프지 않은 이유는 당신 항상 그곳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고 언젠가 우리 다시 눈빛 마주할 때가 있음을 기대하기 때문이고,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낮을수록 그리움도 가까이 오나 봅니다. 하늘이 낮을수록 당신의 내음도 가까이 오나 봅니다. 이 환절기에, 세상 모든 잊히지 않는 기억 속 꽃들의 무탈함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