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 서혜진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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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너에게 - 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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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내려갑니다.
옷장 안쪽에 넣어두었던 겨울옷이 점점 앞으로 나오는 걸 보면 겨울이 오긴 하나 봅니다.
아직은 영하의 한 겨울이 아닌데도
마음은 자꾸 호들갑스러워집니다.
마루 한쪽으로 배어드는 볕 한 조각이 반가워
차 한잔을 타 들고 앉아봅니다.

따스한 볕을 쬐며 앉아있으니
호들갑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뭐가 그리 급했는지
뭐가 그리 중요했는지
바쁘게 다니며 불던 바람에 떠돌던 어수선하던 마음이
뽀얀 볕에 먼지 가루 가라앉듯이 차분히 내려앉습니다

그러게요
마음은 그렇게 내려놓는 것인데 말이죠
괜스레 양손에 쥐고
뜨겁네 차갑네 들었다 놨다 쥐었다 폈다 하니
더 복잡해지는 게 마음입니다
그렇게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말이죠

내려놓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부는 바람을 막으려
지는 해를 잡으려
노력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이 조그만 조각 볕 아래에서 또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달빛에 더 아름다운 당신을 생각해보렵니다.
이따 달밤에 우리 만날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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