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아래서 -나태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진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나태주 - 대숲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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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썰렁해서인지 몸이 영 찌뿌둥하더니만
살짝 몸살기가 지나갑니다
다행스럽게도 크게 오진 않았지만 기분 나쁜 몸살기가 마음을 가라앉게 합니다.
몸이 쳐지니 글도 안 써지고
마음도 시들해지고 그럽니다.
잠시 손을 놓고 쉬어보다가 더 가라앉을듯해서
영차 힘을 내서 일어나 봅니다.

오래전 썼던 글들을 뒤적거려보다가
다시 써보고 싶은 문장이 눈에 띄어 화선지를 펼쳐봅니다
나태주 님의 '대숲 아래서'를 써 봅니다

날은 차가워졌지만
빛 좋던 남쪽의 대숲이 생각납니다.
그 숲의 벌레들 사운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듯합니다
버석하던 그리움은 밤새 흘린 눈물에 젖어들었을까요

이 구절에 이런저런 그림을 얹어보려다
사족만 되는 것 같아 그냥 글씨만 써봅니다.

또 어느 날,
마른 그리움이 가시가 되어 가슴을 찌를 때,
또 그렇게 부둥켜안고 흘린 눈물로
적신 눈물 꽃 피우는 꿈같은 그 밤에,
세상 모든 이들의 꿈속 그리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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