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원효대사의 해골물의 설화에서 '일체유심조'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 달렸다'라는 이야기로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내 마음에 달려있다고 하며 흐트러진 내 마음 다잡기를 이야기 하지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마음이란 게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해골물을 봤는데 그게 해골물이지 그걸 어찌 약수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또, 내가 해골물을 만든 것도 아니고, 이미 마신 물을 어찌할 수도 없는 거지요.
그런데 맨날 애꿎은 내 마음만 가지고 의지가 약하네, 나는 안되나 보네 하며 끌탕을 했는지도요. 그러니 '일체유심조'란 말을 보면 갑자기 반성을 하고, 저절로 주눅이 들게 되기도 했나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작 마음을 괴롭히고 번뇌하게 하는 건, 내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일어나는 내 주변의 상황들에서 오는 게 아닌가 합니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사고나, 내 마음과 상관없이 무례한 사람들이나,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진행되어버린 일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기도 하는 거라 생각해봅니다.
이러할 때, 그 모든 내 주변의 상황들을 내가 어찌 보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일체유심조'의 마음은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내 주변의 상황을 마주한 내 마음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거지요. 그저 이제 저 상황을 어찌 볼 건지에 대한 내 결정만 남은 겁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건지, 무시하고 지나갈 건지에 대한 나의 선택만이 남은 거지요. 그렇다니 이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해골물을 마시게 해 놓고 '이건 약수라 생각해!' 하며 윽박지르는 거 같지는 않거든요.
이제는 '세상사 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세상사 모든 것은 내 마음의 잘못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이제는 내 마음을 고개 들게 해야겠어요 이제는 내 마음이 기를 쭉 펴게 해 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