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쟁이 영감탱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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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쟁이 영감탱이 -김경근

저놈의 영감탱이 옹 다문 입술이
꽉 닫힌 오래된 잼병 뚜껑 같은 걸 보니
또 삐쳐있구나 소심쟁이 영감탱이

그래 이 영감탱이
동네 할망구들 모여 수다 좀 떨었다
그 한 끼 저녁 한상 혼자 못 먹누
뜨끈한 사골국물 얹어 놓았구먼

돌아앉은 뒷 어깨에도
바짝 다문 입술이 비치네 비쳐
아이고 속 좁은 A형 영감탱이야

열아홉 그 봄날 꽃비만 안 내렸어도
그 꽃비에 그 시 한 줄만 안 들었어도
이 눔의 소심쟁이 알아봤을 텐데
아이고 꽃비야 니 탓이구나
아이고 지지리 내 복이구나

그나저나 오늘 씨암탉은
왜 아직 계란이 없누
치아 부실한 저 영감
계란찜 해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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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입니다.
한 해가 시작되고 미처 시작 못한 계획들,
어쩔 수 없이 중단한 계획들,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너그러운 우리 명절 설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명절의 느낌도 달라지지만,
이제는 다시 여유로워질 때인 듯합니다.
세상도 변하고
세월도 변하고
우리들 마음도 변하니 말이지요

오랜만에 '소심 탱이 영감탱이'를 꺼내봅니다.
삐져있어도 식사 챙겨주는 마나님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열아홉 그 시절의 꽃비에 고마워하며,
올 명절에도 이리저리 부대낄 우리 A형들의
편안한 설 명절을 기대해 보면서,
올 설 명절은,
하고픈 말 많아도 마음으로만,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주는
그런 포근한 명절이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설 명절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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