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 김용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배운 대로 살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지만,
지내놓고 나서야
그것은 이랬어야 했음을 알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다음 발길이 닿을
그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걸음 딛고
한걸음 나아가 낯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이렇게 건널목에
서 있다.
김용택 - 건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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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을 때면 종종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속도도 잊은 채 부지런히 앞만 보고 가기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돌아보면,
이만큼 와서 서성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걷는 법을 배운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렇게 우리는 잘 걸어오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돌아보는 어느 날
지내놓고 나서야 그것은 이랬으면 좋았을걸 하는 순간도 많죠.
그 긴 걸음 속에서
이제 건널목 앞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은 마주쳤을 건널목,
기억도 나지 않을 많은 신호들이 있었겠지요.
때론 정지를
때론 좌회전을
때론 유턴을 하기도 했을 겁니다
이제 또 오늘
어디일지 모를 발걸음을 기다리며
낯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리 건널목에 서있다 합니다
그래도 이젠 이 건널목이
조급하지도 않고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어쩌면 조금은 여유롭게
가로 내려진 신호등도 보고
옆의 낯 모르는 이들의 표정도 보면서
길가의 작은 돌도 무심하게 발로 차 보며
기다리며 서있을 수 있는
건널목이기도 하겠지요
오늘 마주한 건널목 앞에서 머뭇대는
모든 이들의 조용한 걸음을 응원합니다
내딛는 용기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