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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23. 2020

김소월의 진달래 꽃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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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도 두어야 하지만
가족적 거리도 신경 써야 하기에
안부인사 바리바리 담아 다녀왔습니다.

가고 오는 길이 제법 봄날입니다.
코로나 등쌀에 하늘도 제대로 못 봤는데
오가는 길이 제법 꽃길입니다
노오란 개나리며
불긋한 벚꽃 망울이며
아기 연두 물오른 가지가 제법 봄날입니다
저 남쪽은 더욱 흐드러진 봄날이겠지요
더 흐드러진 진달래 꽃길이겠지요.
계절은 이렇게 오고 있었어요
세상은 그렇게 피고 있었어요

이 봄날에 소월님의 진달래꽃 한 송이 그려봅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발자국처럼
가슴에 꾹꾹 채운 눈물처럼
그렇게 님 보내는 봄날입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는 봄날입니다
떠난 님 그리며 뿌린 진달래 꽃
길마다 뿌려지는 봄날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이 봄꽃 같은 마음으로 두근거리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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