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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30. 2020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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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봄 같지 않은 또 몇 개의 이유가 늘어난 올해,
그 아쉬움 속에서도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립니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그 모란마저 뚝뚝 떨어지고
천지에 자취가 없어져
삼백예순 날 서운함에 서글퍼져도
아직은 피지 않은 모란이 있기에
내 마음속 어느 곳에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지기까지는
우리의 봄은
아직 지나지 않을 겁니다.

모두의 가슴에 또 다른 모습의 봄을 주는 올해입니다.
서운할지라도
속상할지라도
때론 허탈할지라도
그렇게 어느 하늘 아래
조용한 당신의 가슴에
모란이 피고 진다면
뚝뚝 떨어진 모란 잎이
당신의 발끝에 얹어진다면
그 또한 우리의 봄날입니다
찬란한 슬픔의 봄날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찬란한 봄날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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