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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10. 2020

너에게 - 서혜진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너에게 - 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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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는데도
겨울에 쥔 두손은 여전히 꼭 쥐고 있습니다
겨우내 웅크린 어깨는 아직도 꽉 모여있습니다
아기빛 연두가 올라오고
튤립 새순이 고개를 내미는데도
정작 내 입술은 옹다물어 있습니다

무얼 그리 손에 쥐어야 할까요
얼마나 더 그리 품에 끌어 안아야 할까요
무엇을 놓지 못할까요
무엇을 잊지 못할까요
계절이 바뀌어보니
그렇게 봄입니다
이제 그리 여름이 오고
그렇듯 가을이 되고
또 겨울은 오고 갑니다.

정작 내 두손을 아프게 하는건
정작 내 어깨를 짓누르는건
내 안의 마음으로부터 일까봅니다
내려 놓자 합니다
그동안 수고했다 합니다
이젠 내려놓고 두 손을 펴도
이젠 내려놓고 허리를 펴도
괜찮다 합니다
해가 져도 괜찮다 합니다
우리는
당신은
달빛에 더 아름다우니까요.

수고한 당신
당신의 거칠어진 두손을 마주 잡아 봅니다
수고 했습니다
애썼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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