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사랑이 잊힙니다
불 같던 사랑이 잊힙니다
해가 뜨면 그저 남는 건
지난밤 뜨거운 사랑에 덴 입술
지난밤 사랑에 흠뻑 젖은 심장
아침이면
사랑은 기억나지 않아
형벌처럼 지워지는
사랑의 망각
그 사랑을 잊기 싫어
그 사랑을 잃기 싫어
오늘도 물망초 심어봅니다
다신 잊지 않으려
다신 잃지 않으려
오늘도 물망초 심어봅니다
뜰 안에 물망초가 가득입니다
꽃잎마다 진한 별빛을 담고,
꽃대마다 뜨거운 그리움을 담고,
누구의 사랑일지
누구의 기억일지
뜰 안엔 오늘도
물망초가 가득입니다
물망초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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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봄볕에 화분 안으로 사랑꽃이 한창입니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누가 손대지 않아도
사랑은 그렇게 한창입니다.
시든 사랑꽃을 솎아내 봅니다
시든 사랑은 꺾어줘야 새 사랑이 돋아나지요
그렇게 시든 사랑은 잊히고
새 사랑이 돋아나는 게지요
한 움큼 손에 쥔 시든 사랑꽃을 보며
지나버린 사랑들을 생각해 봅니다
반짝이며 뽐내던 사랑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느 누구의 가슴에선 그 사랑꽃은 여전히 피어 있을까요
어느 누구의 손길에선 그 사랑꽃은 여전히 향기로울까요
잊힌 기억이 되기 싫어
잊힌 사랑이 되기 싫어
그렇게 사랑은 물망초로 피나 봅니다
그렇게 기억은 물망초로 피나 봅니다.
꽃잎마다 가지마다
짙은 사랑을 담아
짙은 그리움을 담아
물망초 한 가득 피어 있겠지요.
바람 불어 파란 봄날의 하늘 아래
물망초 한송이 피워 봅니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안에
어느 누구의 그리움 안에
우리는 어떤 그리움으로 기억될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아련한 그리움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